4년 전 규슈에서 날씨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시작하기 전부터 날씨에 신경을 꽤 썼다. 처음엔 간사이의 12월은 건조하다고 해서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었지만 여행 3~4일차에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예보가 있어서 좀 불안하기는 했다. 결과적으로 4년 전 여행에 비하면 날씨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4일차 오전에는 조금 동선에 영향이 있기는 했지만.
분명 여행 첫날밤에 인터넷으로 확인했을 땐 비가 안 올거라 했는데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보니 하늘은 맑은데 비는 내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심한 비는 아니어서 조금 더 믿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30분 내로 비는 그쳤다. 전날 밤에 갔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나서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의 금각사로 향했다. 지갑 속에는 1만엔 짜리 지폐들만 있었던 터라 편의점에서 잔돈 교환도 해뒀다.
교토 버스는 뒤로 타서 앞에서 내리는 식이었다. 잘 생각해보면 4년 전 후쿠오카도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자동차가 좌측통행하는 것도 그렇고 처음엔 정말 헷갈렸다. 요금은 1일 무제한 버스 이용 티켓을 사용했다. 하루 500엔인데, 한번 탈때마다 200엔 가까이 내는 걸 생각해보면 3번만 타도 티켓을 쓰는 게 이득이다. 실제로 교토에서 무제한 티켓을 안 썼으면 버스 요금만 1500엔 가까이 나왔을 것 같다. 구입은 여러 곳에서 할 수 있는 모양인데 그냥 버스 기사한테 사는게 제일 편한 것같다. 우리나라는 버스를 탈 때 계산하지만, 일본은 반대로 내릴때 계산하는 식인데 이때 1일 티켓을 사겠다고 하면 꺼내줬다. 처음 구매한 이후로는 내릴 때마다 티켓(정확히는 티켓에 쓰여져 있는 날짜 부분)을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버스에서 내려서 5분정도 걸어가니 금각사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저 멀리 있는 곳이 티켓 판매소.
이게 그 유명한 금각사다. 걸어서 좀 들어가다보면 숨겨진 금빛 건물이 나타나는 그런 동선을 상상했는데 티켓 판매소를 지나니 그냥 바로 보였다. 생각보다 허무하긴 했지만 그래도 경치는 좋았다. 특히 아침에 비가 내린 다음이라 더 상쾌했다. 위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금각사 뒤편으로 살짝 무지개가 끼기도 했는데, 선명하게 찍혔으면 더 아름다웠을텐데 아쉬웠다. (사실 한국 돌아오고 나서 사진 정리하다가 알게됐다.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너무 잔뜩 껴있어서) 사진만 보면 꽤 고즈넉해보이는데 사실 관광객(특히 중국인)으로 가득해서 엄청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금각사 주변 호수를 따라 산책길을 천천히 걸었다. 건물 바로 앞까지 가서 사진 한장 더 찍고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산책길들은 전부 자갈로 포장돼있어서 비가 내린 직후였지만 신발에 진흙이 묻는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멀리서 바라본 금각사의 모습. 저 풍경이 보일 즈음이면 산책로도 거의 끝이다.
당연하지만 코스가 끝나니 각종 기념품 판매점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직 돈 쓸 곳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여기선 음료 하나만 사고 넘어갔다. 티켓 구매하고 들어간 다음에 산책하고 나올 때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코스가 되게 짧았다.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와서 다시 버스를 탔다. 다음 목적지는 교토 시내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아라시야마. 전철이 다니는 동네이기는 하지만 교통비 절약을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니 교통편이 썩 좋지는 않아서 구글 지도의 안내에 따라 한큐 사이인역(西院駅)까지 이동한 다음 거기서 다시 환승해야 했다. 이동시간은 환승 시간을 포함해서 거의 한 시간 반 가량. 그래도 포켓와이파이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았다.
버스에서 느낀건데 포켓와이파이는 정말 필수인 것 같다. 로밍 무제한 요금도 생각보다 저렴하다고는 하던데(조사해보진 않았지만) 여러 명이서 나눠서 쓸 수 있는 와이파이보다 저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리정보를 외국 기업에게 넘기지 않는 법률 때문에 한국에선 잉여에 가까운 구글 지도가 일본에선 거의 만능이다. 이거 없었으면 상당히 불편했을 것 같다. 이동시간동안 심심함을 달래는 건 덤이다.
버스를 타고 한큐 아라시야마역 근처에서 내렸다. 버스 기사님이 근처 관광하실 분은 여기서 내리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한큐 아라시야마역에 내려서 도게츠교, 덴류지, 아라시야마 죽림(대나무숲) 순서로 구경하는 것 같다.
이 다리가 도게츠교(渡月橋). 생긴건 그냥 평범한 나무다리지만 꽤 유명한 관광지이다. 도게츠교 사진만 덜렁 놓고 보면 이게 왜 유명한 관광지인지 싶지만 카츠라 강, 그리고 배후의 아라시야마 산이 이루는 풍경은 아름답기는 하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교토를 여행한 시기에 아라시야마 화등로(嵐山花灯路)라는 행사를 해서 저녁에 해가 지고 나서 여길 방문하면 도게츠교부터 아라시야마 죽림에 이르기까지 화등이 길을 비춘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이유때문에 낮에 와서 그 장관을 구경하진 못했다.
도게츠교를 건너서 카츠라 강을 따라 조금 걸었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인력거꾼들이 정말 많았다. 가끔은 여성 인력거꾼도 보였는데 솔직히 정말 힘들 것 같은데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웃으면서 달려갔다.
이것도 카츠라 강의 모습. 뒤에 보이는 산이 아라시야마다. 비는 그쳤지만 아직 구름은 잔뜩 껴있다. 상류 방향으로 조금 걷다가 텐류지를 보러 가기 위해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건 골목길에서 본 작은 석상(?) 소재가 뭔진 모르겠다. 달마 같기도 하고.. 아무튼 구글 지도에 의존하면서 10분정도 걸어가니 텐류지 정문이 보였다. 텐류지는 아라시야마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인데, 정원 뒷쪽으로 아라시야마 죽림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연결되어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볼 수도 있고 정원만 들어갈 수도 있는데 굳이 절 참배를 할게 아니라면 추가 비용을 내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냥 정원만 둘러보기로 했다.
정원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모습. 돌밭의 오와 열을 전부 일직선으로 정리해놨다.
안으로 조금 더 걸어들어가면 작은 호수를 볼 수 있다.
정원에서 건물 안으로는 못 들어가지만 그래도 고즈넉한 분위기는 잘 느낄 수 있다.
어딜 가든 볼 수 있는 동전 던지기도 있었다. 앞에 있는 바구니에 넣는 건가 했더니 사실 개구리 이마 위에 올려야 하는 모양이었다. 쓸 일도 없는 1엔짜리를 던져봤는데 이마 위에 올리는건 쉽지가 않았다.
정원을 따라 걷다보면 슬슬 주변에 대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천히 주변을 즐기면서 걷다가 나가면 바로 아라시야마 죽림으로 이어진다. 정원 밖으로 나간 다음 재입장은 안된다.
여기가 아라시야마 죽림이다. 담양의 죽녹원이 공원처럼 조성한 것 같았다면 여기는 그냥 대나무 숲에 길만 낸 것 같은 느낌이다. 풍경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천천히 분위기를 즐기면서 걷다보면 20분 정도에 주파 가능하다.
계속 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남쪽 방향은 카츠라 강 도게츠교 쪽으로 돌아가는 길이고, 북쪽 방향은 도롯코아라시야마역이랑 인근 정원들을 더 둘러볼 수 있는 길이었다. 날도 풀렸겠다 한적한 분위기를 좀 더 느껴보려고 주변을 좀 더 둘러보고 다시 돌아와서 카츠라 강가로 가보기로 했다.
호수랑 골목길들이 계속 이어졌다. 굉장히 한적하고 여유로운 마을 분위기지만 사실 우리 말고도 관광객들이 정말 많아서 정확히는 조용했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골목길을 따라 곳곳에 저녁이 되면 점등할 화등들을 볼 수 있었다.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인형 카페같은 가게들도 가끔 보였다. 사진만 보면 어둑어둑한게 꽤 늦은 시간같지만 사실 낮 12시에서 1시 정도다.
도롯코아라시야마역 근처를 조금 둘러본 다음,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가서 이번엔 남쪽 카츠라 강가로 향했다. 가다보니 고지대에서 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비슷한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 전망대에서 서양인 몇 명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왔다고 했다.
전망대에서 10분 정도 걸어내려가니 아까 걸었던 강가가 다시 나왔다.
도게츠교까지 다시 걸어간 다음 점심을 먹으러 갔다. 교토 가정식 뷔페를 파는 '갸아테이(ぎゃあてい)'라는 가게다. 사실 아라시야마 화등로 축제를 포기하고 점심에 여기 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가게에 가보고 싶어서였다.(다른 하나는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밤 풍경을 보기 위해) 인터넷에서는 저녁에 장사를 안한다고 하길래 그랬는데 막상 가보니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저녁에도 열긴 하는 모양이었다. 가격은 2만원 조금 안되고, 1시간동안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가정식이라는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일본까지 와봤으니 한 번 정도는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반찬들을 떠와서 밥이랑 먹으면 된다. 일본 가정식이라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한국에서 일본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반찬들(덴푸라, 가라아게, 우동 등등)이다.
이건 오차즈케용 고명 코너. 한국에서 먹고 싶으면 가쓰오부시 육수하고 녹차를 섞은 물에 맛김을 잘라서 올려 먹으면 비슷한 음식이 될 것 같다. 물론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먹어본 적은 없어서 경험해보는 셈 치고 후식으로 먹어봤다. 숭늉 대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달달한 디저트들도 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게 바로 이 녹차 푸딩. 3번도 넘게 떠다 먹었다. 녹차향하고 단 맛이 정말 잘 어울렸다.
처음엔 시간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었는데 막상 디저트까지 다 먹고나니 1시간이 거의 다 지나 있었다. 튀김 같은 것들도 많아서 배가 빨리 차는 느낌도 들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본 아라시야마 지역 거리 풍경. 1년 전에 방문했던 전주 한옥마을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다음은 버스로 1시간 정도 이동해서 교토 시내에 있는 교토 고쇼(京都御所)를 방문했다. 이름의 뜻은 '왕이 사는 곳'이지만 실제 덴노가 여기 살고있는 건 아니다. 교토 고쇼는 거대한 정원(정원의 이름은 교토 고엔)에 둘러쌓인 궁궐인데, 정원은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지만 막상 궁궐 자체는 허가 없이 입장할 수 없었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사전에 예약을 하던가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남자 셋이서 배낭여행 하는데 허가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주변만 한바퀴 돌아보고 나와야 했다.
정원 입구. 교토 고엔이라 쓰여있다.
겉모습만 한바퀴 둘러보고 북쪽으로 나와서 교토 대학까지 걸어갔다. 버스를 탈까 했는데 하루종일 버스만 타는 것도 좀 그렇고 거리 풍경도 구경할 겸해서 걷기로 했다. 지도에서 5분 거리라고 했는데 이건 차를 타고 5분 거리라는 뜻이었고 천천히 걸어서는 2~30분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다.
지금도 느끼는 건데 차량들 좌측통행은 정말 적응이 안 된다.
카모가와 강을 지나는 다리에서 본 모습. 아마 하류 방향인 것 같다. 강을 건너서 계속 걷다보니 교토대 캠퍼스 뒤편이 나왔다.
위 사진은 박물관 특별전을 홍보하는 모습. 박물관 옆길로 들어갔다.
이건 도서관 정문 앞에서 바라본 모습. 자전거가 정말 많다. 여기만이 아니고 교토 시내 곳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자전거 도로가 그다지 잘 정비되어 있지는 않았고 다들 인도로 다녔다. 충돌사고도 자주 일어날 것 같다.
정문쪽에서 바라본 모습. 위 사진은 교토대의 유일한 포토스팟이라는 시계탑 건물이다. (아마 대학본부 같은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슬슬 걷히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오후 4시 경이어서 해가 지기 직전이라는 게 아쉬웠다. 좀만 더 일찍 구름이 걷혔으면 경치도 더 아름다웠을텐데.
정문 근처에는 각종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다. 주된 내용은 등록금 인상 반대나 무한경쟁체제 도입 반대, 학문의 자유 보장 등 우리나라 대학 캠퍼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해석하자면『'원숭이화' 되어가는 도쿄대학 ~자유의 학풍에서 순위의 학풍으로~』이다. 신문 기사 제목같다. 사진은 없지만(분명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없는지는 모르겠다) 『학생들을 전쟁터로 내몰지 말라』라는 피켓도 있었다. 평화헌법 관련 내용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고(그런 이슈까지 의식해서 쓴 문장일 수도 있다), 『등록금 인상, 경쟁 체제 도입 등은 학생들을 학문의 전당에서 전쟁터로 내모는 행위와 같다』라는 취지였다.
교토대를 간단히 둘러본 다음 근처에 있는 '철학의 길'로 갔다. (사실 처음부터 목적지는 철학의 길이었고 교토대는 가는 길에 있길래 겸사겸사 둘러본 것이었다) 발이 슬슬 아파와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길 자체는 대단할 것 없는 한적한 산책로였다. 철학이던 어떤 주제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기에는 좋은 길인 것 같았다. 다만 벚꽃이 필 시기에 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긴 했다. 생각보다 꽤 긴 길이었지만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보니 금방이었다.
길 끝에 위치했던 '철학의 길'이라는 뜻의 비석. 사실 여기가 출발지점이고 우리가 길을 거꾸로 걸어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철학의 길을 다 걷고 나서 마지막으로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향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꼭 밤에 가보라고 하던데, 마침 철학의 길에서 나와 버스를 기다리다보니 해가 완전히 졌다. 시간은 저녁 6시에 불과했지만 아무래도 해가 가장 짧은 시기에 우리나라보다 30분 시간이 빠른 곳이다보니 이미 한밤중에 가까웠다. 다만 철학의 길-은각사 주변에서 후시미이나리 신사로 가는 직통 버스는 찾아봐도 없는 듯해서, 케이한 산죠역까지 가서 전철로 환승해서 후시미이나리역까지 갔다. 처음엔 완전히 버스로만 여행을 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버스는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전철을 타니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후시미이나리역에서 내려서 신사로 향하는 길을 따라 갔다. 길 주변 곳곳에 포장마차들이 보였는데 이미 파장하고 집에 가는 분위기였다. 저녁 7시도 안 됐는데 포장마차가 문을 닫다니... 그래서 설마 늦었다고 못 들어가는 건 아닐까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역에서 10분 정도 걷자 신사 정문이 보였다.
뭐라 짚어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확실히 불교 사찰하고는 분위기가 정말 달랐다. 신사를 조금 둘러보고 나서, 이 신사에서 가장 유명한 센본도리이 길을 따라 뒷산으로 올라갔다. 신사하고 뒷산 모두 입장료는 없다.
천개의 도리이(신사 정문에 서있는 나무 문)가 있다고 해서 이름이 센본도리이인데 직접 세 보지는 않았지만 천개는 훨씬 넘을 것 같다. 도리이마다 봉납(奉納)이라는 한자가 쓰여있고, 뒤쪽에는 해당 도리이를 봉납한 사람이나 기업 등의 이름이 쓰여있다. 도리이 하나하나 행운이던 사업 번창이던 뭔가를 기원하고 세운 걸텐데, 무슨 소원들이 그렇게 많았길래 이런 거대한 길을 가득 채울 수 있었을까.
지루한 도리이길만 무작정 계속 이어지는 건 아니고 사이사이에 샛길 같은 것도 있다.
도리이 길 곳곳에 있는 약도하고 실제 길하고 거리가 하나도 맞지 않았다. 약도에서 꽤 길어보인 길을 5분 안에 주파 가능했는데, 그 길보다 1/3 정도 길이밖에 안돼보이는 길은 20분 이상 걸어 올라가야 한다던지. 그냥 약도는 무시하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30분 가까이 걸어 올라가자 교토 시내 야경이 잘 보이는 포인트가 있었다.(요츠츠지(四つ辻)라는 것 같다) 처음부터 산을 한 바퀴 다 돌려고 온 건 아니었기 때문에 거기서 야경을 구경하면서 쉬다가 더 올라가지 않고 내려왔다.
후시미이나리 신사 정문 바로 옆에 JR 이나리역이 있었다. 신사로 올 때 내린 역은 '케이한 후시미이나리역'이고 신사 바로 옆에 있던 건 'JR 이나리역'이다. 여기서 열차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교토역까지 갔다.
교토역 바로 옆에 있었던 교토 타워의 모습. 올라가진 않았다.
저녁을 먹은 곳은 교토역 근처에 있는 '카츠규(勝牛)'라는 가게다. 이름을 뒤집으면 '규카츠'가 된다. 교토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가격대비 양은 정말 적었다. 위 사진만 보면 그럭저럭 양이 많아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저 고기조각이 그다지 크지가 않다. 그런데 저게 소, 중, 대 중에서 대 사이즈다. 다만 밥은 무한리필이라서 배를 못 채우고 나올 일은 없고, 고기 맛은 살면서 먹어본 어떤 튀김계열 요리보다도 맛있었다. 정말 맛 하나로 승부하는 가게인 것 같다.
저녁을 먹고 교토역으로 돌아와서 역사를 조금 구경하다가 버스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역사는 크리스마스에 들뜬 분위기로 가득했다. 사실 교토역 건너편 쪽에 잠깐 들르려고 했는데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통로를 찾다가 역사 전체를 다 둘러봤다. 결국 건너편으로는 못 가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지만 분위기도 좋고 조명도 아름다워서 구경하길 잘한 것 같다.
숙소 근처의 마트에 들러서 야식용으로 먹을 걸 조금 산 다음 숙소의 공용실에서 먹었다. 어제 같은 방 쓰면서 한 마디도 안했던 프랑스인, 그리고 이 날 체크인을 한 대만인하고도 이야기를 조금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