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엔 관광은 전혀 못했다.

7시쯤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바로 숙소 옆의 신이마미야역으로 갔다. 신이마미야역은 JR 노선의 역인데 시영 지하철 동물원앞역하고 환승이 될 정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역이다. 신이마미야역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가는 티켓을 구매해서 덴노지역으로 간 다음 공항행 열차로 환승했다. 전날 밤 돈키호테에서 산게 너무 많아서 좀 고생했다.



간사이 공항행 열차.



덴노지역의 모습. 여기서 1시간 정도 열차를 타고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첫날 밤늦게 도착해서 열차 놓칠까봐 뛰어다녔던 바로 그곳이다.



제주항공 티켓 카운터는 좀 구석진 곳에 있었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할때까지 우리 셋다 도착하는 비행기도 인천공항으로 가는 줄 알고 있었는데 티켓을 잘 보니 사실 돌아오는 비행기는 김포공항행이었다. 짐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지금 사는 기숙사에서 김포공항은 한 정거장이니까..



출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에서 부탁받았던 도쿄 바나나랑 히요코, 로이스 초콜릿을 샀다. 로이스 초콜릿은 명동에서도 팔긴 하던데 가격은 아무래도 면세점인 여기가 더 싸긴 했다.



저거 무슨 맛인지 궁금했는데 한국 도착하자마자 동생한테 보내버려서 맛은 보지도 못했다.


인천공항처럼 여기도 전철을 타고 탑승동으로 이동한다.



마지막으로 공항을 떠나기 전.

여행을 시작할 땐 2시간이나 연착되더니 막상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정확히 5분 지연됐다. 사실상 지연이라 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한국에 돌아오면 동전은 환전이 안 된다고 하길래 남은 동전들을 전부 긁어모아서 탑승동에 있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하고 음료수를 사먹었다. (여기만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삼각김밥은 한국 것이 훨씬 맛있었다. 왜 일본인들이 한국에 오면 김을 잔뜩 사가는지 알 것 같다) 남은 동전은 정확히 3엔. 이건 기념으로 간직하기로 하고 돌아오자마자 기숙사 침대 위에 골아떨어졌다.



AND

셋째날까지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발이 아프진 않았는데, 넷째날쯤 되니 숙소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발이 아파왔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이 날은 오전 중에 비가 꽤 많이 왔다. 규슈에서 겪었던 태풍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번 여행 중에는 처음으로 우산을 써야했다. 다행히 낮 1시 전후로 비는 거의 잦아들었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동물원앞역 역장실로 가서 오사카 주유패스를 구입했다. 1일권 가격이 2300엔인데, 오사카 시영 지하철(JR 전철 제외)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고 여기에 더해서 각종 관광지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곳 중에서는 아베노하루카스 전망대를 제외하고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단, 아베노하루카스의 경우에도 부속 미술관 할인 혜택이 있다고는 했다) 교통수단만 이용한다면 교토의 500엔 1일 버스티켓보다 훨씬 비싸지만 관광시설 무료 이용혜택 때문에 입장료가 비싼 관광지 위주로 잘 다니면 적자보지 않고 다닐 수 있다.



이렇게 생겼다. 지하철에선 토큰처럼 통과시키고 관광지에선 바코드를 찍는 식.

티켓을 구입하고 처음 들른 곳은 동물원앞역에서 가까이에 있는 시텐노지. 백제 문화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사찰로 그 건물 양식을 그대로 복원해서 간직하고 있다고 하는데, 막상 우리가 갔을 땐 시텐노지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심 가람은 공사중이었다.


 

시텐노지마에유히가오카역에 내려서 5분 정도 걸어가니 이런 묘지가 나왔다. 무덤이라기보단 위령비만 세워놓은 거겠지만 여기도 서양처럼 묘지가 도심가에 있다는 거에 별 거부감은 없는 것 같다. 여길 지나면 바로 시텐노지로 들어갈 수 있다.

 



시텐노지에선 한달에 이틀간(매월 21일~22일)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마침 우리가 간 날이 바로 그 날이었다. 하지만 비 때문에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게 아쉬웠다. 노점들은 시텐노지 입구부터 곳곳에 널려있다.



가옥 양식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이게 어디의 영향을 받은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이 곳 오른편에 공사중인 시텐노지 중심가람이 있는데 가림막에 가려져서 하나도 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흐릿하지만 멀리 높이 솟아있는 건물이 덴노지역의 아베노하루카스. 원래는 밤에 아베노하루카스 전망대에 올라서 야경을 보려고 했는데 동선도 그렇고 비용도 오사카 주유패스 가격에 포함돼있는 우메다 스카이빌딩 전망대로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다음 번에 오사카 여행을 또 한다면 그때는 올라가 보고싶다.



벼룩시장에서는 기요미즈데라에서 봤던 쓰다듬는 아저씨도 팔고 있었다.




아침은 생략하려고 했는데 부침개(여기선 지지미라고 부른다)를 팔길래 궁금해서 사먹어봤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반가워하시면서 김치 올려줄까 하시길래 그래달라고 했다. 처음엔 당연히 우리가 아는 그 김치부침개일 줄 알았더니, 진짜로 부침개 위에 김치를 올려줬다. 이 가게만 이런건지 이 동네에선 원래 이렇게 먹는건지.

부침개를 다 먹고 츠루하시 이쿠노 코리아타운으로 향했다. 동물원앞역에서 시텐노지까지도 지하철 두 정거장인데, 다시 츠루하시까지도 고작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밖에 안됐다. 



일본의 코리아타운이라 하면 도쿄의 신오쿠보를 많이 떠올리지만 거주하는 재일교포 수는 이곳 츠루하시역 주변에 더 많다고 한다.

역에서 코리아타운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먼 편이다. 가는 길에 한국 음식을 파는 재래시장이 있고 복잡한 골목길을 지난 다음 10분 정도 더 걸어가야 코리아타운이 보인다.




역 근처의 시장은 한국 재래시장하고 거의 동일한 모습이다. 사진엔 없지만 김치를 파는 가게들도 꽤 많았고 한국 김을 파는 가게도 보였다. 시장을 빠져나와서 코리아타운까지 가는 길은 굉장히 한적했고 한국 음식점같은 것도 거의 안 보였다. 막상 코리아타운도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대림역 차이나타운하고 비슷하거나 더 작았던 것 같다.



하프 이시야끼는 아마 돌솥비빔밥을 말하는 것 같다. 돌솥비빔밥 세트가 대략 1만원이다. 세트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고 한식당이면 당연히 내주는 반찬들이다. 물론 일본 물가를 생각해보면 그냥 조금 비싼 정도인 것 같다.



코리아타운 입구에 서있던 표지판




코리아타운을 간단히 둘러보고 나서 점심은 한식으로 해결했다. 굳이 일본까지 와서 한식을 먹은 건, 여기서 파는 한식이 얼마나 우리랑 비슷한지 아니면 현지화됐는가 궁금해서였다. 나온 음식의 맛 자체는 한국에서 먹던 것과 비슷했는데, 듣도보도 못한 메뉴들이 몇 개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예컨대 '두유 김치찌개'같은 식.

다시 츠루하시역으로 돌아가서 다니마치욘쵸메역으로 이동했다. 오사카 역사박물관이랑 오사카성이 이 역 근처에 있는데, 처음엔 오사카성만 방문하려다가 오사카 역사박물관 건물에서 오사카성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하길래 먼저 박물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오사카 주유패스가 있으면 박물관 입장료는 따로 없으니까 시간이 부족하지만 않으면 박물관도 들르는게 이득이다.



건물이 꽤 높은데 1층에서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10층까지 올라간 다음 밑으로 내려오는 식이다. 1층부터 6층까지는 연구소나 특별 전시전 등으로 쓰이는 모양이고 상설 전시실은 10층부터 7층까지이다.



10층에 도착하면 볼 수 있는 문구. '물의 도시로의 초대'라는 뜻인데 여기서 물의 도시는 오사카를 뜻한다.



5세기 동아시아의 지도라는데, 임나일본부같은 그런 건 없다. 근데 한반도 정세가 우리가 배운 5세기하고는 좀 다른 것 같은데...?

오사카 역사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역사, 사람들의 생활상, 도시 발전사 등이 주로 전시되고 있었다. 굳이 여기서 오사카의 역사를 공부할 건 없지만, 옛날 사람들의 생활상을 모형으로 전시해놓은 건 꽤 볼만했다.






8층은 유물이나 역사하고는 크게 관계없고 뜬금없이 고고학 연구방법에 대해 안내하는 코너가 있었다. 토기복원 퍼즐이나 지층 순서 배열하기 퍼즐 같은 거.



저 초등학생이랑 같이 해봤는데 이게 의외로 정말 어려웠다. 



층을 내려갈 때마다 볼 수 있는 오사카성의 모습. 근데 유리로 가려져 있다보니 사진 찍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보는 각도도 낮아진다.

7층에는 근, 현대의 역사가 전시돼있는데 처음에 예상했던 대로 그렇게 상세하지는 않았다.




다 둘러보고 박물관 밖으로 나오니 비는 완전히 그쳐 있었다. 바로 오사카성으로 향했다.



오사카성으로 들어가는 길에 뒤돌아서 본 모습.



이건 오사카성의 해자다. 지금 남아있는 오사카성은 불타버린 도요토미의 오사카성을 도쿠가와가 더 크고 높게 다시 지은거라고 한다. 이야기에 따르면 도쿠가와는 오사카성 주변을 포위했지만 이 해자때문에 점령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히데요리를 속여서 해자를 철거한 다음 바로 점령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전쟁을 오사카 여름의 진이라고 부르는데 오사카성 천수각에서 그 과정을 상세하게 전시하고 있었다. 사실 직전에 역사박물관을 한 바퀴 돌아본데다 일본 전쟁사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의외로 보다보니 꽤 재밌었다.



천수각으로 향하는 길.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 할 수 있는 오사카성 천수각의 모습이다. 앞에는 광장 비슷한 공간이 있고 (우리를 포함해서) 천수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아주 많았다. 저 건물은 전통 양식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복원한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목조 건물이다보니 파손되기도 쉬웠던 것 같다. 안에 들어가보면 대놓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다.



오사카성을 둘러보는 건 입장료가 없지만 천수각을 올라갈 땐 입장료가 필요하다. 물론 오사카 주유패스가 있으면 그냥 입장할 수 있다. 이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모습.



천수각 위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어서 주변 풍경을 360도 전부 둘러볼 수 있다. 자살 방지용 가림막도 설치돼있는데 사진 찍기 좋으라고 가운데만 뚫려있다. 멀리서 볼 땐 눈치채지 못했는데 사실 천수각을 멀리서 찍은 사진에서도 전망대하고 자살방지용 가림막을 확인할 수 있다.



저기 보이는 건 아까 들렀던 오사카 역사박물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수각 입장 티켓 판매소. 밑에서 올라갈 땐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꽤 높았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오사카성 역사 전시실을 간단하게 둘러보고 성 뒷편으로 오사카 수상버스 아쿠아라이너호를 타러 나갔다. 천수각에서 수상버스 탑승장까지는 걸어서 15분 내외 거리인데, 시간이 많이 남아서 오사카성 뒷편에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사먹으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아쿠아라이너호 탑승장 근처에도 광장이 조성돼있는데 간식을 파는 노점들이 있어서 잠시 쉴 겸 오코노미야끼를 하나 사먹었다.



여기서 티켓을 구입한 다음에 기다리다가 탑승하면 된다. 오전 9시부터 17시(우리가 간 12월에는 16시)까지 매시 정각에 오사카성항(港)에서 출발하고, 요도야바시항, OAP항을 경유해서 오사카성항으로 되돌아온다. 물론 중간 경유지에서도 타고 내릴 수 있다. 근데 이게 의외로 비싸서, 주변 지역을 쭉 돌아보고 다시 오사카성항으로 되돌아오는 왕복 코스(1시간 정도 소요)는 무려 1700엔이다. 우리는 요도야바시항에서 내려서 나카노시마 공원으로 걸어가기로 했기 때문에 오사카성항에서 요도야바시항으로 가는 편도 티켓을 끊었는데 이것도 940엔이다. 하지만 오사카 주유패스가 있으면 전부 무료이기 때문에 패스가 있는 사람에게는 강추, 없으면 비추. 사전 예약은 인터넷으론 안 되고 직접 사무실로 전화해야 한다. (벚꽃놀이철 성수기에는 전화 예약도 안 되는 것 같다) 혹시나 자리가 꽉 차있을까봐 사전에 전화로 예약을 해 뒀다.



저쪽으로 오고 있는 게 우리가 탈 배다.



항구에 정박하면 뒷편으로 탑승하면 된다.



수상버스에서 바라본 오사카성항의 모습.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니만큼(설마 이 돈을 내면서 출퇴근용으로 쓰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방송으로 주변지역이나 지나가는 다리 등을 계속 설명해 준다. 주변 구경하기도 좋고, 좌석도 편안해서 오사카성 다음에 나카노시마 공원을 구경하는 동선이라면 꼭 한 번 타볼만 하다. 물론 주유패스가 있을 때 한정으로.



요도야바시항에 도착.



저 방향으로 나가서 바로 오른편으로 돌아가면 나카노시마로 갈 수 있다. 



나카노시마에서는 이미 빛의 르네상스 행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 곳 나카노시마 공원에는 매년 연말에 한 달 정도동안 매일 오후 5시부터 밤 늦게까지 섬하고 주변 대로변 곳곳을 일루미네이션으로 꾸미고, 프로젝션 맵핑이라 해서 공회당 건물 전면에 벽면 모양을 활용한 영상을 비춘다. 근데 우리가 나카노시마 공원에 도착했을 땐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서, 시간을 때울 겸 먼저 근처에 있는 유명한 도지마롤 가게로 가서 도지마롤을 한 세트 샀다. 한국까지 가져갈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친절하게 한국어로 구매한 당일에 먹으라고 안내해줬다. 그래서 그냥 숙소에서 맛만 보기로 했다.



가게 이름은 Mon Cher인데 검색하면 '도지마 몽슈슈'라고 나온다. 애칭인지 가게 이름을 바꾼건지는 모르겠다. 위치는 수상버스 요도야바시항 근처에 있는 오사카 시청에서 걸어서 15~20분정도 가야된다. 지하철 나카노시마선으로 한 정거장정도 거리인데 걸어서 못 갈 거리는 아니지만 이미 이 시점에서 발이 너무 아파서 천천히 갔던 것 같다.



도지마롤을 사고 근처 지하철역에서 잠시 볼일도 보고 하다보니 금새 해가 졌다. 위 사진하고는 30분도 차이가 안 나는데 금새 어두컴컴해졌다.



다시 오사카 시청으로 돌아와보니 행사 분위기에 맞게 전면을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해놨다. 시청 오른편으로 환하게 빛나는 나무들이 보이는데 그쪽이 빛의 르네상스 행사장 입구였다. 왼편으로도 길은 나있지만 그쪽은 출구로 배정되어 있었다. 아마 사람이 많다보니 충돌사고도 막고 흐름도 원활하게 하려고 구분지은 것같다.



행사장 입구의 모습. 색깔이 계속 바뀌면서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



주변의 나무들도 전부 불빛으로 장식돼있다.



입구를 지나오면 간식들을 파는 노점들, 나카노시마 공회당이 있고, 공원하고 강가를 따라서 전부 불빛으로 장식돼있다. 발이 꽤 아프긴 했지만 구경하고 사진 찍는 맛에 공원을 한바퀴 다 둘러봤다.





이건 프로젝션 맵핑을 하고 있는 나카노시마 공회당의 모습. 아래 영상이 바로 우리가 갔던 날에 상영하던 프로젝션 맵핑을 찍은거다.




오사카성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왔던 그 강 주변으로도 걸어볼 수 있다.



이건 뭔지 모르겠다. 수상버스는 16시 출발편이 마지막이라고 했으니까 수상버스는 아닐텐데..



이건 주변의 초등학생들이 직접 만든 등불이라고 한다.

나카노시마 공원을 한바퀴 다 둘러보고 나서, 요도야바시역 쪽으로 돌아와 우메다 스카이빌딩이 있는 우메다역(오사카역)까지 미도스지선을 타고 갔다. 오사카에서 가장 혼잡하다는 미도스지선을 퇴근 시간대에 타다보니 사람이 정말 많았다. 내가 매일 탔던 혼잡 시간대 9호선보다는 덜하지만.. 어쨌든 겨우 한 정거장이라 금방 내렸다.



오사카역의 모습. 이 시점에선 거의 기어다니다시피 했다. 아직 저녁을 안 먹어서 이 근처 오믈렛 가게를 찾아봤다.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 가까운 곳에 하나 발견. 오사카역 주변은 공사중이어서 임시로 마련된 육교 비슷한 길을 따라 찾아갔다. 우메다 마루비루(마루빌딩) 지하에 있는 로믈렛이라는 가게였다.



난 오믈렛 대신 그라탕을 시켰는데, 큰 사이즈로 시켰더니 생각치 못한 사이즈로 내줬다. 저 사이즈가 1300엔인가 그랬는데, 일본 물가에 적응이 너무 돼버려서(특히 가성비는 완전히 포기하고 맛으로만 승부했던 규카츠의 추억 덕분에) 1300엔이면 그냥 평범한 사이즈로 나올 줄 알았더니, 일본에서는 상당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가게였던 것이다. 겉 모습은 느끼해보이지만 맛은 짭짤하고 고소해서 좋았는데, 아무래도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진 못했다. 나중에야 메뉴판을 보고 알게 된건데 옆에 칼로리가 쓰여 있었다. 그거만 봤어도 이렇게 큰 사이즈를 시키진 않았을텐데.

오믈렛을 먹으면서 앉아 쉬니까 조금 걸을 만했다. 오사카역 뒷편으로 15분 정도 더 걸어서 지하보도를 지나자 우메다 스카이빌딩 입구가 나왔다.



오사카역 뒷편의 모습.



위 사진하고 같은 장소에서 바라본 우메다 스카이빌딩의 모습. 오른쪽 건물이 우메다 스카이빌딩이고 맨 위에 연결된 곳이 공중정원 전망대이다.



우메다 스카이빌딩 1층 중앙에는 거대한 트리하고 공연장이 있어서 다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공중정원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찾아가다가 본 모습. 




엘리베이터 탑승 대기줄. 여기는 독특하게도 티켓을 구매하고 올라가는 식이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 바로 아래층까지 올라간 다음에 티켓을 사는 식이다. 올라간 다음에 돈이 없으면 아마 바로 내려와야 하나보다. 물론 오사카 주유패스가 있으면 그냥 발급해준다.



티켓을 구입하고 공중정원이라 써있는 통로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더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모습.



여기가 공중정원 전망대. 저렇게 앉아서 구경해도 되고 그냥 창가 옆에서 서서 구경해도 된다. 앉아있는 사람들이 비켜줄 생각을 안해서 그냥 서서 구경했다. 전망대를 한 바퀴 돌면서 우메다역 근처의 야경을 360도로 볼 수 있다. 삼각대는 없었지만 어떻게든 고정시켜서 야경사진을 찍었다.



소원을 적어서 달아놓는 트리. 이거 말고도 빨래줄 같은 곳 등등 온갖 곳에다가 걸어놨다. 한국어도 꽤 많이 보였다.



남쪽 방향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왼쪽 아래에 보이는 큰 건물이 오사카역이다. 




전망대에서 한층 더 올라가면 옥상 야외전망대가 있다. 이 사진은 야외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 요도 강의 풍경. 밤이다보니 날이 꽤 추워서 조금만 구경하다가 다시 내려왔다.

공중정원 전망대를 마지막으로 관광은 마치고, 미도스지선을 타고 돌아와서 전날 방문했던 숙소 근처의 메가 돈키호테로 다시 갔다. 5000엔 이상 구매하고 면세를 받은 건 좋은데(일본에선 우리나라랑 달리 상점에서 세금포함으로 가격을 안내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추가되는 세금이 엄청 신경쓰였다) 너무 많이 사는 바람에 어떻게 들고가야 하나 걱정됐다. 호로요이나 오후의 홍차 같은 음료수들이 무게는 가장 많이 차지했고 그 외에도 부탁받았던 화장품이나 파스, 과자같은 걸 좀 사갔다. 도쿄 바나나하고 히요코는 공항 면세점에 가야 있다길래 패스. 참고로 면세품으로 구매한 것들은 전용 봉투에 넣어서 테이프로 봉인한 다음, 일본 국내에서는 개봉하면 안 된다고 한다. 몰래 개봉해서 먹고 다시 테이프 붙여놓으면 솔직히 모를 것 같긴 한데 애초에 전부 한국 가져가려고 산 것들이라서 그냥 봉인해뒀다.

잔뜩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서 야식(면세품 말고 처음부터 먹으려고 산 것들)을 좀 즐기다가 바로 잤다.



넷째날의 동선은 오사카환상선(環狀線) 루트하고 거의 유사했는데 그 노선은 JR에서 운영하는지라 주유패스 이용대상은 아니다. 시영 지하철 노선도 잘 마련돼있어서 크게 불편한 건 없었다.

AND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전날 밤에 이야기를 나눴던 프랑스인이랑 대만인은 일어날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인사 정도는 하고 나오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조용히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했다. 원래는 이 날 점심에 고모를 만나기로 했었는데 일정이 바껴서 고모하고는 저녁에 도톤보리에서 보고 그 전까지는 교토를 더 둘러보기로 했다.



3일차가 이번 여행 중 가장 맑은 날이었던 것 같다. 키타오지역까지 걸어간 다음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데라로 갔다. 버스가 번화가를 지나가서 그런지 중간에 사람이 너무 많이 타서 내리기가 힘들었다. 그 바람에 일행을 놓쳤는데 어찌어찌 와이파이를 잡아서 연락이 닿았다. 포켓 와이파이가 다른 건 다 좋은데 일행을 놓치면 연락 수단이 끊겨버린다는 게 문제다. 아무튼 버스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고지대로 걸어 올라가자 기요미즈데라가 보였다.



전형적인 교토 거리의 풍경을 즐기면서 걷다보면 저 멀리 기요미즈데라가 보인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기요미즈데라로 들어갈 수 있다.



앞에 보이는 게 인왕문, 오른쪽에 잘 안보이지만 삼층탑이 서있다.



인왕문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던 돌이다. 옆에 서있는 안내문에 따르면 메이지 시대에 근대적 측량법을 도입해서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쓰였던 측지점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고지대에 있다보니 기준점으로 쓰기 좋았던 모양이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바로는 굳이 안에 안 들어가도 주변 구경을 하는 데는 문제없다고 했는데, 막상 와보니 입장료 내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풍경을 제대로 보기는 힘들었다. 산책을 조금 하다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봤다. 안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 특히 기모노를 입고 셀카를 찍는 여자들이 정말 많았다. 그 중에 몇 명은 한국어를 쓰던데 아마 주변에 기모노 렌탈샵 같은게 있는 모양이다.



100엔짜리 오미쿠지. 대길(大吉) 나왔다.

이것 말고도 불교 사찰치고는 미신적인 요소들이 정말 많았다. 특히 사찰 안에 지주신사(地主神社)라는 이름의 신사가 같이 있어서 더욱 그랬다. 거리가 떨어져 있는 건 아니고 바로 옆에 붙어있다. 불교 사찰이랑 신사가 같이 있다니 조합이 좀 기묘했다.



지주신사에서 발견한 애정운을 체크하는 바위(?). 10m 정도 간격으로 같은 모양의 바위가 2개 있는데, 눈을 감고 한 바위에서 다른 바위까지 정확히 걸어 도착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것도 지주신사에 있던 건데, 굳이 해석하자면 '쓰다듬는 다이코쿠 씨'정도 될 것 같다. 뭔가 소원이 있을 때 그 소원하고 관계된 몸 부위(?)를 쓰다듬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예컨대 여행 안전을 바란다면 발을, 돈을 벌고 싶다면 보따리를 쓰다듬으면 된다.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괜히 옆에 돈을 집어넣는 함을 배치한 걸로 보면 돈을 넣어야 더 효험이 있다는 걸까. 1엔짜리 넣으면 더 벌받을 것 같아서 그냥 안넣고 머리만 몇 번 쓰다듬다가 내려왔다.

이것저것 둘러보고 나서 길을 계속 따라가니 교토 시내랑 기요미즈데라 전경이 보였다.



구글에 기요미즈데라로 검색하면 거의 대부분 이 각도로 찍힌 사진이 나온다.



위 사진하고 같은 곳에서 바라본 교토 시내의 모습. 교토 타워를 제외하면 높은 건물이 거의 없다. 이 동네는 땅값이 싼 편인 건지, 아니면 과거 제주도처럼 높이 제한이 있어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그런 경관이 교토스러운 이미지에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기요미즈데라 밑쪽을 통해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아래서 올려다볼 수 있다. 규모는 거대한 건 좋은데 나무 지지대들이 뭔가 좀 위태로워 보였다. 

기요미즈데라를 다 둘러보고 하나미코지도리(花見小路通)를 찾아갔다. 올라올 땐 절에서 남쪽 방향으로 나있는 옆쪽 길을 통해 왔는데 나갈 땐 정문에서 바로 앞 정면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갔다. 가다가 옆쪽으로 분위기 좋은 상점가가 있길래 그 길을 따라 가봤는데, 나중에야 알게 된 거지만 이 상점가 자체도 관광지라고 한다. 이름은 산넨자카, 니넨자카라고 불린다.




대만 지우펀에서 길을 헤매다가 발견한 계단길이 떠올랐다. 이런 곳은 세로로 찍어야 진짜 이쁜데 세로 사진은 블로그엔 올리기 힘들다. 




교토스러운 거리 풍경을 즐기면서 걷다가 하나미코지도리에 도착했다. 골목길이 많아서 지도가 없으면 찾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



여기가 하나미코지도리.



저녁엔 게이샤들이 오가는 고급 유흥가가 된다지만 낮에 방문했을 땐 딱히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고, 산넨자카, 니넨자카랑 분위기는 거의 비슷했다. 게이샤를 보려면 그들이 출근하는 시간대인 저녁에 와야 한다고 한다. 길 자체는 짧아서 조금 둘러보니 금방 끝났다. 인터넷에서 조사했을 땐 점심 식사는 그래도 저렴하게 파는 편이라고 해서 여기서 점심을 먹을까 했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저렴하기는 무슨... 전날 먹은 규카츠 급의 맛을 보장한다면 몰라도 도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나미코지도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오사카행 전철이 출발하는 한큐 가와라마치역이 있다. 역 근처에서 라멘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부탁받은 캘린더 굿즈를 여기서 사기로 했다. 겸사겸사 같이 여행한 친구도 지인한테 부탁받은 'manga bible'이라는 책을 사러 가와라마치역 근처를 둘러봤다.

가와라마치역은 주변은 우리가 교토에서 방문한 곳들 중에선 교토역 다음가는 번화가였다. 식당도 많고 대규모 쇼핑거리도 조성되어 있어서 볼 게 많았다. 어차피 오사카로 일찍 가봤자 시간도 많이 남을 것 같아서, 서점을 찾는 김에 거리 구경도 좀 했다.




내가 부탁받은 캘린더는 멜론북스에서 직원한테 부탁하니 바로 찾아줬다. 하지만 그 망가 바이블인가 하는 책은 어떤 서점을 가봐도 없었다. 애초에 그런 책들이 있을 만한 가게들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여긴 토라노아나 교토점. 들른김에 열차에서 시간도 때울 겸 요츠바랑 13권을 하나 샀다. 환율을 고려해도 한국보다는 비쌌다.

거리를 모두 둘러본 다음 가와라마치역에서 오사카행 열차를 탔다. 가와라마치역에서 출발하는 한큐 전철과 사카이스지선은 직결 운행을 하기 때문에 숙소가 있는 동물원앞역까지 바로 갈 수 있다. 다만 모든 열차가 가는건 아닌지 중간에 한차례 환승을 하긴 했다. 그래도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승강장에 타면 돼서 환승 시간은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동물원앞역에 내려서 숙소에 체크인한 다음 도톤보리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이 2~3시간 이상 남아있었기 때문에 신세카이의 메가 돈키호테, 덴덴타운, 구로몬 시장을 전부 구경했다.



덴덴타운에 온 김에 일행이 부탁받은 건프라를 찾으러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했다. 위에 건 하비샵에서 본 아이언맨 피규어. 



이건 바닥하고 위에 올릴 블록을 사서 조립해서 만드는 도시 모형. 이거도 제대로 할려면 돈이 많이 깨질 것 같다. 진열된 도시 정도로 만들려면 최소 1만엔 이상 깨진다. 하지만 철도 모형에 비하면 차라리 저렴한 축에 속한다.



이쪽은 나노블록 코너.

건프라 코너는 여기저기 엄청 많았지만 찾는 물건은 이 가게엔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그 건프라는 나중에 돈키호테에서 구입했다. 아무튼 덕분에 이것저것 구경은 실컷 했다.



덴덴타운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닛폰바시역이 있고,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구로몬 시장이 있다. '오사카의 부엌'이라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식료품 시장이라 하는데, 저녁 먹기 직전이어서 둘러보기만 하고 따로 뭘 사지는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된 거지만 오사카에서 초밥을 싸고 신선하게 즐기려면 여기서 산 다음 숙소에 가져가서 먹는게 제일 낫다고 한다.

구로몬 시장을 지나서 조금만 더 걸어가니 도톤보리 거리가 나왔다.




도톤보리 강에는 계속 저 유람선이 다닌다. 저 유람선도 오사카 주유패스가 있으면 추가요금 없이 이용가능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4일차 하루 동안만 주유패스를 쓰기로 했기 때문에 이 유람선을 따로 타지는 않았다. 사실 유람선을 타는 것보다 강을 걸으면서 유람선에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편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앞에 보이는 대관람차가 도톤보리의 랜드마크인 돈키호테 건물. 막상 가보니 건물이 여러 층이긴 해도 층마다 공간이 좁아서 오히려 신세카이의 메가 돈키호테가 볼 거리랑 살 거리는 더 많은 것 같다. 일단 공간이 좁으니 동선 자체가 조금 불편했다. 

주변을 구경하다가 고모를 만나서 'がんこ'라는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했다. 고모도 오사카에 살면서 도톤보리에 올 일은 거의 없다는 것 같다. 나도 서울 살면서 명동 가본건 해봤자 5~6번 정도니 비슷한 느낌일려나.



초밥이 양이 좀 적은 것 같아서 타코야끼도 먹었다. 이 주변에는 타코야끼 가게가 정말 많았다.



도톤보리의 상징인 글리코맨? 사실 이건 진짜 글리코맨은 아니고 작은 글리코맨. 사람 키랑 비슷했다.




이게 진짜 글리코맨이다.

고모부께서 도톤보리까지 고모를 데리러 오셨다. 잠깐 인사를 하고 우리는 신사이바시를 구경하러 갔다. 글리코맨을 볼 수 있는 저 다리에서 남쪽의 글리코맨이 있는 방향으로 가면 에비스바시 거리가 있고, 반대편 북쪽으로 가면 바로 신사이바시 입구가 보인다. 



이쪽은 에비스바시.



이게 신사이바시의 모습. 도톤보리도 그렇고 성수기의 명동만큼이나 사람으로 가득했다.




이 가게 아무리 봐도 설빙같은데...

지금 검색해보니 '설빙'이라는 언급은 따로 없지만 '떡볶이'를 판다던지 '일본 상륙!'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로 봐서는 설빙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이름을 바꾼 것 같긴 하다.



걷다가 발이 조금 아파와서 잠시 쉴 겸 길 옆에 있던 카페에서 파르페를 하나씩 사 먹었다.

신사이바시를 모두 돌아보고 다시 숙소까지 걸어갔다. 일행들은 다시 건프라를 조금 찾아보고, 나는 타이토 스테이션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근데 저녁 8~9시가 가까이 되니까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고 하길래 같이 게임을 몇 판정도 했다. 




요즘 반응 좋다는 츄니즘도 해봤다. 재밌긴 한데 자세가 조금 민망했다.

마지막으로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야식도 살 겸 그 건프라도 찾을 겸 돈키호테를 다시 방문했다. 한국에 가져갈 것들을 사려다가, 한번에 5천엔 이상을 결제했을 때 면세혜택이 있다고 하길래 난 그냥 마지막 날 저녁에 한꺼번에 사기로 했다. 그냥 돌아다니면서 다음 날 뭘 살지 찾아봤다.



駄菓子를 번역해서 막과자라고 써놨다. 한국에서 '막과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땐 駄菓子를 옮길 단어가 따로 없어서 억지로 쓰는 단어인가 했더니 진짜로 쓰는 말인 모양이다. 사실 불량식품이나 저질과자라고 번역하는 것도 좀 그렇고, 차라리 영어의 Cheap candy처럼 저가 과자라고 번역하는 건 어떨까 싶지만 그렇게 치면 700원짜리 봉지과자들도 전부 같은 분류로 묶여버리니 이것도 좀 애매하긴 하다.



오후의 홍차 1.5L 세금까지 합쳐서 1500원이 안 된다. 한국에서는 500ml가 3000원 하던데...

아무튼 돈키호테에서 야식하고 15도짜리 모히또만 사서 쉬었다. 이번 숙소는 한 방 1인실인데 가격은 1박 1600엔밖에 안해서 맘에 들었다.


AND

4년 전 규슈에서 날씨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시작하기 전부터 날씨에 신경을 꽤 썼다. 처음엔 간사이의 12월은 건조하다고 해서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었지만 여행 3~4일차에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예보가 있어서 좀 불안하기는 했다. 결과적으로 4년 전 여행에 비하면 날씨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4일차 오전에는 조금 동선에 영향이 있기는 했지만.


분명 여행 첫날밤에 인터넷으로 확인했을 땐 비가 안 올거라 했는데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보니 하늘은 맑은데 비는 내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심한 비는 아니어서 조금 더 믿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30분 내로 비는 그쳤다. 전날 밤에 갔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나서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의 금각사로 향했다. 지갑 속에는 1만엔 짜리 지폐들만 있었던 터라 편의점에서 잔돈 교환도 해뒀다.


교토 버스는 뒤로 타서 앞에서 내리는 식이었다. 잘 생각해보면 4년 전 후쿠오카도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자동차가 좌측통행하는 것도 그렇고 처음엔 정말 헷갈렸다. 요금은 1일 무제한 버스 이용 티켓을 사용했다. 하루 500엔인데, 한번 탈때마다 200엔 가까이 내는 걸 생각해보면 3번만 타도 티켓을 쓰는 게 이득이다. 실제로 교토에서 무제한 티켓을 안 썼으면 버스 요금만 1500엔 가까이 나왔을 것 같다. 구입은 여러 곳에서 할 수 있는 모양인데 그냥 버스 기사한테 사는게 제일 편한 것같다. 우리나라는 버스를 탈 때 계산하지만, 일본은 반대로 내릴때 계산하는 식인데 이때 1일 티켓을 사겠다고 하면 꺼내줬다. 처음 구매한 이후로는 내릴 때마다 티켓(정확히는 티켓에 쓰여져 있는 날짜 부분)을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버스에서 내려서 5분정도 걸어가니 금각사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저 멀리 있는 곳이 티켓 판매소.



이게 그 유명한 금각사다. 걸어서 좀 들어가다보면 숨겨진 금빛 건물이 나타나는 그런 동선을 상상했는데 티켓 판매소를 지나니 그냥 바로 보였다. 생각보다 허무하긴 했지만 그래도 경치는 좋았다. 특히 아침에 비가 내린 다음이라 더 상쾌했다. 위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금각사 뒤편으로 살짝 무지개가 끼기도 했는데, 선명하게 찍혔으면 더 아름다웠을텐데 아쉬웠다. (사실 한국 돌아오고 나서 사진 정리하다가 알게됐다.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너무 잔뜩 껴있어서) 사진만 보면 꽤 고즈넉해보이는데 사실 관광객(특히 중국인)으로 가득해서 엄청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금각사 주변 호수를 따라 산책길을 천천히 걸었다. 건물 바로 앞까지 가서 사진 한장 더 찍고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산책길들은 전부 자갈로 포장돼있어서 비가 내린 직후였지만 신발에 진흙이 묻는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멀리서 바라본 금각사의 모습. 저 풍경이 보일 즈음이면 산책로도 거의 끝이다.



당연하지만 코스가 끝나니 각종 기념품 판매점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직 돈 쓸 곳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여기선 음료 하나만 사고 넘어갔다. 티켓 구매하고 들어간 다음에 산책하고 나올 때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코스가 되게 짧았다.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와서 다시 버스를 탔다. 다음 목적지는 교토 시내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아라시야마. 전철이 다니는 동네이기는 하지만 교통비 절약을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니 교통편이 썩 좋지는 않아서 구글 지도의 안내에 따라 한큐 사이인역(西院駅)까지 이동한 다음 거기서 다시 환승해야 했다. 이동시간은 환승 시간을 포함해서 거의 한 시간 반 가량. 그래도 포켓와이파이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았다.


버스에서 느낀건데 포켓와이파이는 정말 필수인 것 같다. 로밍 무제한 요금도 생각보다 저렴하다고는 하던데(조사해보진 않았지만) 여러 명이서 나눠서 쓸 수 있는 와이파이보다 저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리정보를 외국 기업에게 넘기지 않는 법률 때문에 한국에선 잉여에 가까운 구글 지도가 일본에선 거의 만능이다. 이거 없었으면 상당히 불편했을 것 같다. 이동시간동안 심심함을 달래는 건 덤이다.


버스를 타고 한큐 아라시야마역 근처에서 내렸다. 버스 기사님이 근처 관광하실 분은 여기서 내리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한큐 아라시야마역에 내려서 도게츠교, 덴류지, 아라시야마 죽림(대나무숲) 순서로 구경하는 것 같다.



이 다리가 도게츠교(渡月橋). 생긴건 그냥 평범한 나무다리지만 꽤 유명한 관광지이다. 도게츠교 사진만 덜렁 놓고 보면 이게 왜 유명한 관광지인지 싶지만 카츠라 강, 그리고 배후의 아라시야마 산이 이루는 풍경은 아름답기는 하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교토를 여행한 시기에 아라시야마 화등로(嵐山花灯路)라는 행사를 해서 저녁에 해가 지고 나서 여길 방문하면 도게츠교부터 아라시야마 죽림에 이르기까지 화등이 길을 비춘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이유때문에 낮에 와서 그 장관을 구경하진 못했다.



도게츠교를 건너서 카츠라 강을 따라 조금 걸었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인력거꾼들이 정말 많았다. 가끔은 여성 인력거꾼도 보였는데 솔직히 정말 힘들 것 같은데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웃으면서 달려갔다.



이것도 카츠라 강의 모습. 뒤에 보이는 산이 아라시야마다. 비는 그쳤지만 아직 구름은 잔뜩 껴있다. 상류 방향으로 조금 걷다가 텐류지를 보러 가기 위해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건 골목길에서 본 작은 석상(?) 소재가 뭔진 모르겠다. 달마 같기도 하고.. 아무튼 구글 지도에 의존하면서 10분정도 걸어가니 텐류지 정문이 보였다. 텐류지는 아라시야마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인데, 정원 뒷쪽으로 아라시야마 죽림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연결되어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볼 수도 있고 정원만 들어갈 수도 있는데 굳이 절 참배를 할게 아니라면 추가 비용을 내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냥 정원만 둘러보기로 했다.



정원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모습. 돌밭의 오와 열을 전부 일직선으로 정리해놨다. 



안으로 조금 더 걸어들어가면 작은 호수를 볼 수 있다. 




정원에서 건물 안으로는 못 들어가지만 그래도 고즈넉한 분위기는 잘 느낄 수 있다.



어딜 가든 볼 수 있는 동전 던지기도 있었다. 앞에 있는 바구니에 넣는 건가 했더니 사실 개구리 이마 위에 올려야 하는 모양이었다. 쓸 일도 없는 1엔짜리를 던져봤는데 이마 위에 올리는건 쉽지가 않았다. 



정원을 따라 걷다보면 슬슬 주변에 대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천히 주변을 즐기면서 걷다가 나가면 바로 아라시야마 죽림으로 이어진다. 정원 밖으로 나간 다음 재입장은 안된다.




여기가 아라시야마 죽림이다. 담양의 죽녹원이 공원처럼 조성한 것 같았다면 여기는 그냥 대나무 숲에 길만 낸 것 같은 느낌이다. 풍경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천천히 분위기를 즐기면서 걷다보면 20분 정도에 주파 가능하다.


계속 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남쪽 방향은 카츠라 강 도게츠교 쪽으로 돌아가는 길이고, 북쪽 방향은 도롯코아라시야마역이랑 인근 정원들을 더 둘러볼 수 있는 길이었다. 날도 풀렸겠다 한적한 분위기를 좀 더 느껴보려고 주변을 좀 더 둘러보고 다시 돌아와서 카츠라 강가로 가보기로 했다.




호수랑 골목길들이 계속 이어졌다. 굉장히 한적하고 여유로운 마을 분위기지만 사실 우리 말고도 관광객들이 정말 많아서 정확히는 조용했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골목길을 따라 곳곳에 저녁이 되면 점등할 화등들을 볼 수 있었다.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인형 카페같은 가게들도 가끔 보였다. 사진만 보면 어둑어둑한게 꽤 늦은 시간같지만 사실 낮 12시에서 1시 정도다. 

도롯코아라시야마역 근처를 조금 둘러본 다음,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가서 이번엔 남쪽 카츠라 강가로 향했다. 가다보니 고지대에서 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비슷한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 전망대에서 서양인 몇 명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왔다고 했다. 




전망대에서 10분 정도 걸어내려가니 아까 걸었던 강가가 다시 나왔다.

도게츠교까지 다시 걸어간 다음 점심을 먹으러 갔다. 교토 가정식 뷔페를 파는 '갸아테이(ぎゃあてい)'라는 가게다. 사실 아라시야마 화등로 축제를 포기하고 점심에 여기 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가게에 가보고 싶어서였다.(다른 하나는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밤 풍경을 보기 위해) 인터넷에서는 저녁에 장사를 안한다고 하길래 그랬는데 막상 가보니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저녁에도 열긴 하는 모양이었다. 가격은 2만원 조금 안되고, 1시간동안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가정식이라는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일본까지 와봤으니 한 번 정도는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반찬들을 떠와서 밥이랑 먹으면 된다. 일본 가정식이라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한국에서 일본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반찬들(덴푸라, 가라아게, 우동 등등)이다.



이건 오차즈케용 고명 코너. 한국에서 먹고 싶으면 가쓰오부시 육수하고 녹차를 섞은 물에 맛김을 잘라서 올려 먹으면 비슷한 음식이 될 것 같다. 물론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먹어본 적은 없어서 경험해보는 셈 치고 후식으로 먹어봤다. 숭늉 대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달달한 디저트들도 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게 바로 이 녹차 푸딩. 3번도 넘게 떠다 먹었다. 녹차향하고 단 맛이 정말 잘 어울렸다. 

처음엔 시간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었는데 막상 디저트까지 다 먹고나니 1시간이 거의 다 지나 있었다. 튀김 같은 것들도 많아서 배가 빨리 차는 느낌도 들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본 아라시야마 지역 거리 풍경. 1년 전에 방문했던 전주 한옥마을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다음은 버스로 1시간 정도 이동해서 교토 시내에 있는 교토 고쇼(京都御所)를 방문했다. 이름의 뜻은 '왕이 사는 곳'이지만 실제 덴노가 여기 살고있는 건 아니다. 교토 고쇼는 거대한 정원(정원의 이름은 교토 고엔)에 둘러쌓인 궁궐인데, 정원은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지만 막상 궁궐 자체는 허가 없이 입장할 수 없었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사전에 예약을 하던가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남자 셋이서 배낭여행 하는데 허가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주변만 한바퀴 돌아보고 나와야 했다.



정원 입구. 교토 고엔이라 쓰여있다.



겉모습만 한바퀴 둘러보고 북쪽으로 나와서 교토 대학까지 걸어갔다. 버스를 탈까 했는데 하루종일 버스만 타는 것도 좀 그렇고 거리 풍경도 구경할 겸해서 걷기로 했다. 지도에서 5분 거리라고 했는데 이건 차를 타고 5분 거리라는 뜻이었고 천천히 걸어서는 2~30분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다. 



지금도 느끼는 건데 차량들 좌측통행은 정말 적응이 안 된다.



카모가와 강을 지나는 다리에서 본 모습. 아마 하류 방향인 것 같다. 강을 건너서 계속 걷다보니 교토대 캠퍼스 뒤편이 나왔다.



위 사진은 박물관 특별전을 홍보하는 모습. 박물관 옆길로 들어갔다.



이건 도서관 정문 앞에서 바라본 모습. 자전거가 정말 많다. 여기만이 아니고 교토 시내 곳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자전거 도로가 그다지 잘 정비되어 있지는 않았고 다들 인도로 다녔다. 충돌사고도 자주 일어날 것 같다.




정문쪽에서 바라본 모습. 위 사진은 교토대의 유일한 포토스팟이라는 시계탑 건물이다. (아마 대학본부 같은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슬슬 걷히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오후 4시 경이어서 해가 지기 직전이라는 게 아쉬웠다. 좀만 더 일찍 구름이 걷혔으면 경치도 더 아름다웠을텐데.

정문 근처에는 각종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다. 주된 내용은 등록금 인상 반대나 무한경쟁체제 도입 반대, 학문의 자유 보장 등 우리나라 대학 캠퍼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해석하자면『'원숭이화' 되어가는 도쿄대학 ~자유의 학풍에서 순위의 학풍으로~』이다. 신문 기사 제목같다사진은 없지만(분명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없는지는 모르겠다) 『학생들을 전쟁터로 내몰지 말라』라는 피켓도 있었다. 평화헌법 관련 내용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고(그런 이슈까지 의식해서 쓴 문장일 수도 있다), 『등록금 인상, 경쟁 체제 도입 등은 학생들을 학문의 전당에서 전쟁터로 내모는 행위와 같다』라는 취지였다.

교토대를 간단히 둘러본 다음 근처에 있는 '철학의 길'로 갔다. (사실 처음부터 목적지는 철학의 길이었고 교토대는 가는 길에 있길래 겸사겸사 둘러본 것이었다) 발이 슬슬 아파와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길 자체는 대단할 것 없는 한적한 산책로였다. 철학이던 어떤 주제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기에는 좋은 길인 것 같았다. 다만 벚꽃이 필 시기에 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긴 했다. 생각보다 꽤 긴 길이었지만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보니 금방이었다.




길 끝에 위치했던 '철학의 길'이라는 뜻의 비석. 사실 여기가 출발지점이고 우리가 길을 거꾸로 걸어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철학의 길을 다 걷고 나서 마지막으로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향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꼭 밤에 가보라고 하던데, 마침 철학의 길에서 나와 버스를 기다리다보니 해가 완전히 졌다. 시간은 저녁 6시에 불과했지만 아무래도 해가 가장 짧은 시기에 우리나라보다 30분 시간이 빠른 곳이다보니 이미 한밤중에 가까웠다. 다만 철학의 길-은각사 주변에서 후시미이나리 신사로 가는 직통 버스는 찾아봐도 없는 듯해서, 케이한 산죠역까지 가서 전철로 환승해서 후시미이나리역까지 갔다. 처음엔 완전히 버스로만 여행을 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버스는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전철을 타니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후시미이나리역에서 내려서 신사로 향하는 길을 따라 갔다. 길 주변 곳곳에 포장마차들이 보였는데 이미 파장하고 집에 가는 분위기였다. 저녁 7시도 안 됐는데 포장마차가 문을 닫다니... 그래서 설마 늦었다고 못 들어가는 건 아닐까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역에서 10분 정도 걷자 신사 정문이 보였다. 



뭐라 짚어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확실히 불교 사찰하고는 분위기가 정말 달랐다. 신사를 조금 둘러보고 나서, 이 신사에서 가장 유명한 센본도리이 길을 따라 뒷산으로 올라갔다. 신사하고 뒷산 모두 입장료는 없다.



천개의 도리이(신사 정문에 서있는 나무 문)가 있다고 해서 이름이 센본도리이인데 직접 세 보지는 않았지만 천개는 훨씬 넘을 것 같다. 도리이마다 봉납(奉納)이라는 한자가 쓰여있고, 뒤쪽에는 해당 도리이를 봉납한 사람이나 기업 등의 이름이 쓰여있다. 도리이 하나하나 행운이던 사업 번창이던 뭔가를 기원하고 세운 걸텐데, 무슨 소원들이 그렇게 많았길래 이런 거대한 길을 가득 채울 수 있었을까.




지루한 도리이길만 무작정 계속 이어지는 건 아니고 사이사이에 샛길 같은 것도 있다.

도리이 길 곳곳에 있는 약도하고 실제 길하고 거리가 하나도 맞지 않았다. 약도에서 꽤 길어보인 길을 5분 안에 주파 가능했는데, 그 길보다 1/3 정도 길이밖에 안돼보이는 길은 20분 이상 걸어 올라가야 한다던지. 그냥 약도는 무시하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30분 가까이 걸어 올라가자 교토 시내 야경이 잘 보이는 포인트가 있었다.(요츠츠지(四つ辻)라는 것 같다) 처음부터 산을 한 바퀴 다 돌려고 온 건 아니었기 때문에 거기서 야경을 구경하면서 쉬다가 더 올라가지 않고 내려왔다.

후시미이나리 신사 정문 바로 옆에 JR 이나리역이 있었다. 신사로 올 때 내린 역은 '케이한 후시미이나리역'이고 신사 바로 옆에 있던 건 'JR 이나리역'이다. 여기서 열차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교토역까지 갔다.




교토역 바로 옆에 있었던 교토 타워의 모습. 올라가진 않았다. 

저녁을 먹은 곳은 교토역 근처에 있는 '카츠규(勝牛)'라는 가게다. 이름을 뒤집으면 '규카츠'가 된다. 교토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가격대비 양은 정말 적었다. 위 사진만 보면 그럭저럭 양이 많아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저 고기조각이 그다지 크지가 않다. 그런데 저게 소, 중, 대 중에서 대 사이즈다. 다만 밥은 무한리필이라서 배를 못 채우고 나올 일은 없고, 고기 맛은 살면서 먹어본 어떤 튀김계열 요리보다도 맛있었다. 정말 맛 하나로 승부하는 가게인 것 같다.

저녁을 먹고 교토역으로 돌아와서 역사를 조금 구경하다가 버스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역사는 크리스마스에 들뜬 분위기로 가득했다. 사실 교토역 건너편 쪽에 잠깐 들르려고 했는데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통로를 찾다가 역사 전체를 다 둘러봤다. 결국 건너편으로는 못 가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지만 분위기도 좋고 조명도 아름다워서 구경하길 잘한 것 같다.



숙소 근처의 마트에 들러서 야식용으로 먹을 걸 조금 산 다음 숙소의 공용실에서 먹었다. 어제 같은 방 쓰면서 한 마디도 안했던 프랑스인, 그리고 이 날 체크인을 한 대만인하고도 이야기를 조금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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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예약한지 한참이 지나서, 출발하는 당일이 돼서야 출발 시간이 2시간 미뤄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차피 종강하고 할 것도 없으니 미리 1시 경까지 인천공항에 가서 쉬려고 했더니 계획이 완전 흐트러져 버렸다. 다행히도 교토의 게스트하우스에 국제전화를 걸어보니 밤 늦게 와도 체크인은 해준다고 했다. 여담이지만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국제전화를 여러 번 했는데 002국제전화 어플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분당 150원 정도니까 거의 선불 국제전화카드랑 동급이다.


어쨌든 기숙사 방에 앉아 있어봤자 할 건 없으니 공항에 미리 도착해서 한참을 카페에 앉아있다가 티켓팅, 포켓와이파이를 수령하고 바로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인천공항이 시설이 정말 좋다고 들어왔어서 출국장 바깥에서도 시간을 때울 거리가 많을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진 않았다. 고작해야 식당이나 카페 정도였다. (난타 공연 비슷한 걸 하긴 했지만 몇 시간동안 그걸 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출국장 안쪽에는 면세점 말고도 이런저런 시설이 정말 많아서 시간 때우기에 좋았다. 특히 아무나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수면실이랑 안마의자에서 피로를 많이 풀었다. 여행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피로가 쌓여있으면 안되는 노릇이다.



샤워실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무료 이용은 환승객 한정이고 일반 승객이 이용하려면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어차피 집에서 씻고 왔으니까 패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19:05분 딱 맞춰서 바로 간사이 공항으로 출발. 2시간이나 연착된 것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비행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짧았다. 2시간 비행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 비행시간은 1시간 반도 채 안됐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뛰어서 교토행 열차를 타러 갔다. 공항 밖에 나가자 JR 간사이공항역이 바로 앞에 있었고 역 안에 들어가니 커다랗게 간사이 에리어패스 티케팅 오피스 안내표지가 보였다. 간사이 전체 JR노선을 하루 2300엔으로 이용하는 티켓인데 어차피 교토까지 편도로 가는데에도 그만큼 돈이 들기 때문에 그냥 에리어 패스로 교토까지 편도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두면 인당 100엔 정도 저렴하긴 한데 국제전화비가 더 나올 것 같아서 그냥 현지에서 구매했다. (위에서도 적었지만 사실 002 앱을 이용하면 1분에 150원 밖에 안하니 미리 예약하는게 확실히 이득이긴 하다. 그래봤자 1000원 정도지만)




이게 교토까지 가는 JR 특급 '하루카'. 우리가 탄 좌석은 자유석이었는데 밤 시간대여서인지 자리는 충분했다.



오사카를 거쳐서 교토까지 1시간 좀 더 넘게 걸렸다. 교토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지하철로 환승.

여기 지하철은 서울이랑 다르게 카드식이 아니고 티켓을 개찰구에 넣는 식이었다. 가장 최근에 이런 방식의 지하철을 이용한 게 군대가기 전에 부산에서였는데, 그것도 벌써 한참 전 이야기다. 아무튼 처음엔 어떻게 열차표를 사야할지 고민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크게 어려운 건 없었다. 어떤 아주머니에게 여쭤봤는데 뒤에 자기도 설명해주겠노라고 기다리던 사람마저 있었다.



열차 안에서 한장. 일본에선 트위터 광고도 하는구나... 우리나라에선 못 본 것 같다. 그리고 저 광고 여행 내내 철도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지하철로 키타오지역(北大路駅)까지 가서 게스트하우스까지 10분 정도 밤길을 조금 걸었다.



반달이 너무 크고 아름다워서 한장. 어차피 삼각대도 없어서 이쁘게 안 찍힐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적한 밤 풍경은 마음에 든다. 분명 인구 백만이 넘는 대도시인데(교토 부 전체로는 250만 이상), 시골길 같은 느낌이다. 사실 교토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아무튼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고 보니 밤 11시 30분이 지나있었다. 주인 아저씨한테 조금 미안했다. 체크인을 하고 나서 야식 겸 간식을 사러 주변 편의점에 갔다.





야식은 호로요이, 오니기리 세트, 야끼푸딩. 물가가 좀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100엔당 1500원 하던 3년 전보다야 훨씬 부담없이 쓸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야 깨달은 거지만 5~600엔 정도로 한끼를 때우려면 편의점 말고는 거의 방법이 없기도 하다. 기껏해야 라멘 가장 기본메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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